맛집 블로거로 까다로운 입맛의 미식가이면서 스스로 직접 요리를 즐긴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과감히 한식 레스토랑을 오픈할 줄은 몰랐다. 아니 언젠가는 자기 식당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술 마시며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에 옮길 줄 몰랐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오픈한지 이튿날이라 아직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듯한 토요일 점심때 가족들과 식당을 찾았다. 훤히 뚫린 주방에선 쉐프(친구)의 진두지휘로 여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말 붙일 틈 찾기도 어려웠다. 구석자리를 잡고 앉아 찬찬히(사실 비싼 메뉴가 미덕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오래 걸리는 음식을 시켜 민페였지만) 둘러 보자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주변에 식당 운영하거나 안면있는 곳을 다녀보긴 했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별다른 생각없이 지나쳤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으니, 바로 이 장소를 고르기 위해 거쳤을 수많은 과정들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다. 임대부터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와 법규들. 싱싱한 해산물 재료를 구하기 위한 거래. 조명과 내부 인테리어. 물병과 물컵, 수저세트, 쟁반과 그릇들, 탁자와 의자. 하나하나 손길이 필요하지 않는 곳이 없었고, 컨셉과 음식과의 조화로움을 신경써가며 고민했을 시간들.
비록 무취향의 입맛을 가진 나지만, 정성껏 만든 요리를 손님에게 잘 차려 내놓을때의 가슴떨림과 두근거림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맛있었다. - 귀한 한 상, 수라선.
2015.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