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2015. 3. 24. 09:07
IT GUY였던 동갑내기 친구의 새로운 도전.
맛집 블로거로 까다로운 입맛의 미식가이면서 스스로 직접 요리를 즐긴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과감히 한식 레스토랑을 오픈할 줄은 몰랐다. 아니 언젠가는 자기 식당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술 마시며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에 옮길 줄 몰랐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오픈한지 이튿날이라 아직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듯한 토요일 점심때 가족들과 식당을 찾았다. 훤히 뚫린 주방에선 쉐프(친구)의 진두지휘로 여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말 붙일 틈 찾기도 어려웠다. 구석자리를 잡고 앉아 찬찬히(사실 비싼 메뉴가 미덕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오래 걸리는 음식을 시켜 민페였지만) 둘러 보자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주변에 식당 운영하거나 안면있는 곳을 다녀보긴 했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별다른 생각없이 지나쳤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으니, 바로 이 장소를 고르기 위해 거쳤을 수많은 과정들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다. 임대부터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와 법규들. 싱싱한 해산물 재료를 구하기 위한 거래. 조명과 내부 인테리어. 물병과 물컵, 수저세트, 쟁반과 그릇들, 탁자와 의자. 하나하나 손길이 필요하지 않는 곳이 없었고, 컨셉과 음식과의 조화로움을 신경써가며 고민했을 시간들.

비록 무취향의 입맛을 가진 나지만, 정성껏 만든 요리를 손님에게 잘 차려 내놓을때의 가슴떨림과 두근거림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맛있었다. - 귀한 한 상, 수라선.

2015.3.21.


전복장 비빔밥 (쉐프의 추천메뉴)
완도에 직접 내려가 신선한 해산물 재료를 사오더니, 좋은 재료만 써서 달여낸 특제 간장 소스에 전복을 쪄낸 전복장에 비벼먹는 밥은 맛도 꿀맛이거니와 아이들 건강에도 매우 좋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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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5. 3. 9. 09:54
5학년 전교부회장 후보로 출마.

교문 앞에 딸아이 배웅을 하다보니 월요일 아침부터 진풍경이 벌어져 있었다.
개학한지 1주일째. 전교 회장/부회장 선거를 시작한 모양이다. 선거 홍보원들이 자기네 후보의 구호를  목청껏 소리치고 있었다.
옆에서 어느 엄마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돈 주고 맡겼죠?"
"아니에요.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주말에 저거 만드느나 얼~마나 힘들었는데요(잉)."
물끄러미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어떤 홍보 피켓은 왠만한 POP글씨 솜씨를 넘어선다. 엄마표라기보다 전문업체의 손길이 느껴졌다. 검색해보니 POP피켓 제작업체가 수두룩하게 나오는거 봐서는 나름 공급/수요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유빛깔 이지원! 우유빛깔 이지원!"
자세히 보니 5학년 전교부회장 후보 기호 11번으로 출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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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5. 3. 4. 20:20
첫째 딸의 초등학교 등교 둘째날.
준비물을 혼자 정리하는 딸아이를 잠시 지켜보고 있자니 울컥한다.
어느새 부모 도움없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시기가 되었구나,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한 살 차이일 뿐이지만,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과 이제부터 겪어야할 새로운 경험들이 앞에 놓여있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내일부터는 부모가 교실까지 데려다줄 수 없어서 초등학교 교실의 속살을 잠시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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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12. 31. 12:08


2014.12.12


그림일기 vol.2 앨범

https://flic.kr/s/aHsk7f41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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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12. 31. 11:59


아이들과 2015 연하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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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10. 15. 12:35


결혼기념일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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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8. 26. 09:00

유민아빠와 함께 하루 동조 단식...정확히는 36시간.

지난 주말 SNS를 통해 동조 단식단 소식을 접하고, 동참할까 말까 내심 망설였다.
일요일 저녁, 두 딸아이와 그림그리기를 하다가 문득 노란 리본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과 다양한 노란 리본을 그려보았다. 어린 딸아이들은 선물상자의 리본인 줄 알고, 좋아하는 공주와 함께 열심히 그렸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4.16 이후로 그렇게 바라던 기적의 의미가 이제는 다른 의미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작은 움직임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동참을 결심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어서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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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7. 31. 13:24
나혼자 산다 #4 (젬베 배우기)

5년만에 다시 잡아본 아프리카 악기 젬베(Djembe). 
신혼집 있던 당산에 살던 시절, 몇 번 배우러 다녔던 합정동 젬베 스튜디오가 여태껏 꾸준히 운영되고 있었다. 둘째 태어나기 전 안양으로 이사가면서, 차마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합정동까지 레슨을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경쾌한 북소리와 가슴을 파고드는 흥겨운 리듬. 두드리는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소리의 감촉. 

2002년 런던 벼룩시장에서 사온 작은 젬베와 미국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은 큰 젬베는 집구석 창고에 쳐박혀 있은지 오래. 그 당시는 젬베란 이름조차 아는 이가 없어 국내에서 배울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미국 아마존에서 레슨 교재와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혼자 연습하곤 했다. 몇 년 전부터 10cm라는 가수와 여러 밴드들을 통해 소개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혼자 연주해도 흥겹고, 여럿이 연주할때 그 소리에 흠뻑 빠지는 멋진 아프리카 악기. 이제는 음악치료사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배우러 온다고 한다. 
역시 타악기는 오디오 스피커가 아니라 직접 귀로 들을때가 가장 매력적이다.

 — 나모리 젬베숍 www.djembe.k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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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7. 21. 16:14


나혼자 산다 #3 (미드 몰아보기)


아이들 없이 혼자 보낸 첫 주 불금을 별다른 약속도 없고 해서, 몇년 만에 미드를 밤새 꼴딱보며 폐인이 되었다. 시즌 한번 시작하면 중독성으로 중간에 멈추지 못하지만, 정작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공허함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왕좌의 게임 시즌1 - Game of thrones] 에피소드 10편 = 10시간
직장동료가 추천해준 미드. 시즌4까지 나왔다는데, 아직도 원작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없다고 한다. 도저히 따라잡을 엄두가 나지않아 시즌1만 보고 멈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 - House of cards] 에피소드 13편 = 13시간
지난해 넷플릭스 제작 미드. 시청자 습관 분석으로 전편을 동시 출시하여, 빈지 워칭(binge watching, 전편 몰아보기)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정치드라마. 시즌2가 지난 달에 나왔다는데, 더 볼까말까 고민중.

[24시 시즌9 - 24 hours)] 에피소드 12편.
예전에 시즌1부터 8까지 유일하게 따라잡은 장수 미드. 이젠 정말 끝날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시즌9의 12편(24편도 아닌!)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고 한다.
마지막 시즌은 봐줘야하지 않냐고 나 스스로를 설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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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2014. 7. 20. 16:09


나혼자 산다 #2 (북한산 둘레길 걷기)
1구간 소나무숲길 3.1km + 2구간 순례길 2.3km + 3구간 흰구름길 4.1km =9.5km

작년 시간많고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절, 제주 올레길 대신 가볼만한 트래킹 코스를 물색하다 서울에서 당일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알게 되었다. 총21구간이니 빡세게 4일정도 종일 걸으면 완주하지 않을까 어림 짐작했다(걸어보니 10년전 몸상태로나 가능할법한...) 차일피일 미루다 한해가 지나고 이제서야 실행에 옮겼다.

일요일 아침 지하철 안, 혼자 등산배낭 짊어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구간 시작지점 우이동 버스종점에 내리니 등산객들로 북새통이다. 삼삼오오 모여 일행을 기다리거나 간식거리와 냉동 막걸리를 사고 있었다. 역시 주말이라 붐비는구나 생각하며 길을 오르다보니 조그마한 둘레길 표지판을 발견했다. 대부분 등산로로 가버리고, 나는 표지판을 따라 걸으니 아무도 뒤따르는 사람이 없다. 둘레길은 주말인데도 의외로 한적하고 다니는 사람도 적어 경쾌한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렸다.

오랜만의 트래킹이라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짐을 쌌는데 정작 내 몸은 준비되지 않았다. 3구간 흰구름길 접어들자마자 예전에 다친 오른 무릎에서 신호가 왔다. 마음은 해질녘까지 부지런히 걸어서 5구간까지 가뿐히 통과할 줄 알았는데, 무릎이 점점 아파오더니 이젠 한걸음마다 억소리가 절로 난다. 아쉽지만 평소 몸관리를 소홀히한 불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산하기로 했다. 겨우 3구간을 완주하고 내려오니 어느 고층 아파트 단지 뒷산이다. 내려가기전에 계곡의 호젓한 식당에서 막걸리와 파전 한그릇의 풍류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쉽지않다. 시원한 막걸리에 미련이 남아 절뚝이며 솔샘재래시장까지 내려왔다. 일요일 점심때라 낮술 한잔할만한 식당은 아직 문열지 않았고, 결국 어느 냉면집에서 녹두전과 막걸리 한병을 혼자 아무 말없이 말끔히 비웠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술냄새 폴폴 풍기며 헤드뱅잉으로 마무리.

 — 북한산둘레길에서




Posted by izz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