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Memo/20112011. 11. 30. 09:33

불교 철학에 기반한 마음 공부에 관한 통찰력 있는 글.
전반적으로 글이 쉽게 읽히진 않지만, 그만큼 마음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재 내 수준에서는 깊이 공감하거나 체화하긴 어렵게 느껴진다. 좀 더 마음 수양을 한 다음에 다시 곱씹어 읽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p.37
당신의 수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한 가지 품목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은 영감의 원천인 디딤돌 하나를 찾아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어느 한 물건을 연구했다면, 나머지 수집품들을 모으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그 한 물건은 당신이 뉴욕 시에서 요령껏 손에 넣은 도로 표지판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하찮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물건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고물 조각이든 아름다운 골동품이든 하나를 골라서 그 단순한 모양이라든가 조잡한 생김새를 살펴보십시오. 만일 우리가 한 물건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곧 텅 빈 방에 한 물건을 놓고 사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디딤돌 하나를 찾아내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수집해놓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어떤 것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게 사실은 문제입니다. 어느 것에 먼저 손을 댈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는 본능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기간 : 2011.11.
초걈 트룽파의 마음 공부 - 8점
초걈 트룽파 지음, 이현주 옮김/열림원
*** 목 차 ***
1. 마음 공부로 들어가려는 당신에게
"제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아니면 그냥 버려두어야 합니까?"
"연주할 때 악기의 줄을 어떻게 조율하지요?"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않게 합니다."
"명상 수련을 할 때에도 마음을 강제로 어떻게 해서도 안되고 마냥 돌아다니게 내버려두어도 안됩니다."

2. 끊임없는 갈망에서 벗어나려면
당신은 누구 꽁무니를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항해하는 겁니다.
안내자는 당신 앞에서 걷지 않고 당신과 함께 걷습니다.

3. 진정한 굴복이란 마음을 여는 것
우리는 걸어가는 걸음마다 연꽃잎을 밟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일을 거기에 맞추어 해석합니다.
넘어지게 될 경우에도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착지를 창조합니다.
참된 굴복은 그렇게 부드러운 착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울퉁불퉁하고 돌멩이도 많은 땅바닥에 내려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자신을 일단 열어놓으면, 거기 있는 바닥에 그냥 내려서게 됩니다.

4. 영적인 친구와의 아름답고 평등한 만남
스승에게서 무언가를 얻겠다는 바로 그 의욕이 장애물입니다.
이 의욕이 사라지기 시작할때 우리의 알몸뚱이가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하고 거기서 두 마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5. 스승이 나에게 주는 보이지 않는 선물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현장에 스승은 자신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로 이미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열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것들을 기꺼이 버리면 거기서 전수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무슨 비밀스런 의식 같은 건 필요없습니다.

6. 자기 기만의 꿈에서 깨어나기
참된 경험이란, 꿈의 세계를 넘어 지금 여기 일상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 색깔, 흥분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때 우리는 더 나은 무엇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되지요.
거기에는 요술이 없습니다.
낙심, 무지, 감정 따위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참된 것이고 그 속에 엄청난 진실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진실을 경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그래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지금 있는 곳에 있어야만 합니다.
그냥 모래 한 알이 되는 것입니다. 

7.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길 또는 힌두의 길 또는 일본 선불교의 길 같은 것을 모방할 수도 있습니다.
티베트 사람들과 함께 있으려고 북인도로 갈 수도 있습니다.
탁월한 과학자에게 구원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무엇인가를 완전히 그리고 적절하게 내어준 경험, 자신을 다 열어놓고 모든 것을 남에게 주어버린 경험이 있던가요?
모든 탈을 벗고 갑옷과 함께 셔츠와 피부와 살과 핏줄, 마침내 심장까지 벗어버린 경험이 있습니까?

8. 물대접 안에 빛나는 달처럼
자신의 바탕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믿고, 자신이 본디 풍요로운 존재임을 믿고, 그래서 자기를 활짝 열 수 있다는 것을 믿도록 배우는 과정, 이게 바로 열린 길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비가 당신에게 영감을 주어, 인생을 춤추게 하고 세상의 여러 기운들과 통교하게 합니다.
보살의 행동은 물 대접 백 개에 비치는 달빛과 같습니다.
대접마다 하나씩 해서 달이 백 개 있는 셈이지요.
그것은 달이 그렇게 계획한 바가 아닙니다.

9. 유머, 그 포용하는 기쁨
유머 감각이란 어떤 상황의 양 극단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듯이, 있는 그대로 함께 보는 것을 뜻합니다.
만일 인생을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비즈니스로 생각하여 만사를 근엄하고 딱딱하게만 다룬다면, 그것 자체가 우스운 일 아닙니까?
왜 그렇게 거창한 흥정을 하는 걸까요?
유머 감각이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기쁨에서, 이쪽과 저쪽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 두루 미치는 기쁨에서 오는 것이랍니다.

10. 에고가 만들어지는 시작과 끝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시작하지 않고 뭔가 나중에 이루어질 것에 대한 기대와 꿈으로 출발점을 삼는 것은, 자신의 모자라는 점을 가지고 놀이를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해탈과 자유에 대해 말하기 전에 그 길의 바탕인 에고와 우리의 혼돈 상태를 먼저 토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1. 벽의 진실과 마주치는 시간
내 앞에 가로선 벽들의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게 되는 순간, 벽들은 불쾌한 것도 완강한 것도 아니며 그것들을 통과하여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12. 괴로움을 이해한 자 앞에 열리는 또 다른 문
마침내 그 어떤 깨달음을 얻겠다는 희망을 모두 포기할때, 바로 그때에 길이 우리 앞에 열립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과 같지요.
당신은 그를 기다리다가 그가 오리라는 희망을 모두 버리고, 그가 오리라는 건 어디까지나 내 환상이었다고 생각하고는 자리를 뜨려고 합니다.
바로 그때, 그가 나타나는 거에요.

13. 소멸되지 않는 교환과 춤
보시는 기꺼이 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주는 것입니다. 스모그나 먼지나 사람들의 증오나 욕정 같은 것들이 우리를 덮치지 않을까 겁내지 않고 그냥 자기를 활짝 열어두는 겁니다.
그것이 기쁘고 즐거운 에너지인 까닭은 보살이 인생 자체를 끊임없는 창조 과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해가 빛을 비추고 식물이 자라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해한테는 식물을 재배하려는 욕망이 조금도 없지요.

14. 이분법이 사라진 후의 흔들림 없는 평화
색은 우리가 그것에 개념을 적용하기 전에 거기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채롭고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고 느낌을 주면서 '여기 있는 무엇'의 근본 상태입니다.
즉 색은 비어 있는 것, 공空입니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해요.
쓰레기 더미가 거기 있고 단풍잎이 거기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것들 위에 공이라는 베일을 씌우지 말고 분명하게 느껴야 합니다.

15. 지혜의 힘과 자비의 힘
지혜는 아주 분명하고 정확하고 지적인 존재 상태를 말합니다.
그것은 상황을 뚫고 들어가 그대로 드러내는, 날카롭고 유능한 질을 지니고 있어요.
자비는 지혜의 눈에 의하여 고무된 행동을 촉발시키는, 상황들에 대한 열린 깨달음입니다.
자비는 매우 힘이 있지만, 지성이 자비가 활짝 열린 공간을 필요로 하듯이 지혜에 의하여 제 방향을 잡아야만 합니다. 
지혜와 자비, 이 둘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거에요.

16. 온전한 경험 세계로의 입장
가면을 벗기고 꿰뚫어보는 맑은 인식의 눈으로 손바닥에 놓인 돌멩이를 보면 돌의 단단함을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속에 지니고 있는 정신적 의미까지 파악하게 됩니다.
그것에서 대지의 단단함과 위엄이 표현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는 말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인식할 수 있을때 우리는 에베레스트산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손바닥에 놓여 있는 작은 돌멩이마다 태산의 단단함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마음 수련을 해서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할때 그 말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게 됐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높이 올라갈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대지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Posted by izz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