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Memo/20122012. 1. 31. 16:42

정말 매혹적인 이야기책.
책의 두께에 쉽사리 손에 잡지 못하고 오랜 기간동안 바라만 보았지만, 막상 책을 열자마자 영화보다 더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빠져들면서도, 이 역시 소설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의 대립이 끊임없이 부딪혔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에는 진실이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빠져드는 것은 각색된 이야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연 진실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던가? 도움이 되던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가 아닌가?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의 머리와 가슴,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가 태어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라. 당신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진실이 아닌 한 편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
<변형과 절망의 이야기>, 비다 윈터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두드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 위에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앙상한 뼈다귀 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에요.  

이야기가 시작되다
"내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네. 엔젤필드의 이야기지. 엔젤필드는 마을이야. 저택이기도 하고. 또 가족이기도 해. 조지와 마틸드, 그들의 아이들인 찰리와 이사벨, 이사벨의 아이들인 에멀린과 에덜린, 그들의 집, 그들의 운명, 그들의 두려움이 있는 곳. 그리고 그들의 유령이 있는 곳. 우리는 결코 유령을 외면해선 안 돼. 안 그런가?" 그녀가 날카롭게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을 못 본 척했다. "태어난 순간이 시작이 아니라네. 우리의 삶은 처음부터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었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일 뿐이지. 내 경우만 해도 그렇다네."

이야기가 이어지다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네. 이야기는 마치 가족과도 같은 거야. 우리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을 잃었다고 해도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 있으니까. 그들에게서 멀어지거나 등을 돌려도 가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야.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네.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는 법이지. 언제 들려줄 텐가?"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자네가 원한다면 아무 말도 안 해도 좋아. 하지만 이야기는 침묵을 좋아하지 않아. 이야기에겐 말이 필요해. 말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엔 죽어버리고 말아. 그리고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니지."

기간 : 2012.1.
열세 번째 이야기 - 10점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비채
*** 목 차 ***
이야기가 시작되다
편지 l 마가렛의 이야기 l 열세 번째 이야기 l 도착 l 윈터 여사와의 만남 l 이야기가 시작되다 l 정원 l 유모차 사건 l 모슬리 부부 l 디킨스의 서재 l 인명사전 l <밴버리 헤럴드>의 기록 l 폐허 l 친절한 거인 l 묘지

이야기가 이어지다
헤스터 l 인생 상자 l 나무 속의 눈동자 l 다섯 개의 음 l 검사 l 유령을 믿는가? l 헤스터 이후 l 실종 l 찰리 이후 l 다시 엔젤필드로 l 러브 부인과 뜨개질 이야기 l 유산 l <제인 에어>와 고통의 시간 l 몰락 l 은빛 정원 l 음성기호 l 사다리 l 영원한 황혼 l 화석이 된 눈물 l 물속에서 암호를 풀다 l 머리카락 l 비와 케이크 l 재회 l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l 12월의 시간들 l 자매 l 일기와 기차 l 과거를 부수다 l 헤스터의 일기

이야기가 끝나다
이야기 속의 유령 l 유골 l 아기 l 화재

이야기가 시작되다
눈 l 즐거운 생일 l 열세 번째 이야기 l 추신

옮긴이의 말  
Posted by izz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