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간 소나무숲길 3.1km + 2구간 순례길 2.3km + 3구간 흰구름길 4.1km =9.5km
작년 시간많고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절, 제주 올레길 대신 가볼만한 트래킹 코스를 물색하다 서울에서 당일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알게 되었다. 총21구간이니 빡세게 4일정도 종일 걸으면 완주하지 않을까 어림 짐작했다(걸어보니 10년전 몸상태로나 가능할법한...) 차일피일 미루다 한해가 지나고 이제서야 실행에 옮겼다.
일요일 아침 지하철 안, 혼자 등산배낭 짊어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구간 시작지점 우이동 버스종점에 내리니 등산객들로 북새통이다. 삼삼오오 모여 일행을 기다리거나 간식거리와 냉동 막걸리를 사고 있었다. 역시 주말이라 붐비는구나 생각하며 길을 오르다보니 조그마한 둘레길 표지판을 발견했다. 대부분 등산로로 가버리고, 나는 표지판을 따라 걸으니 아무도 뒤따르는 사람이 없다. 둘레길은 주말인데도 의외로 한적하고 다니는 사람도 적어 경쾌한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렸다.
오랜만의 트래킹이라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짐을 쌌는데 정작 내 몸은 준비되지 않았다. 3구간 흰구름길 접어들자마자 예전에 다친 오른 무릎에서 신호가 왔다. 마음은 해질녘까지 부지런히 걸어서 5구간까지 가뿐히 통과할 줄 알았는데, 무릎이 점점 아파오더니 이젠 한걸음마다 억소리가 절로 난다. 아쉽지만 평소 몸관리를 소홀히한 불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산하기로 했다. 겨우 3구간을 완주하고 내려오니 어느 고층 아파트 단지 뒷산이다. 내려가기전에 계곡의 호젓한 식당에서 막걸리와 파전 한그릇의 풍류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쉽지않다. 시원한 막걸리에 미련이 남아 절뚝이며 솔샘재래시장까지 내려왔다. 일요일 점심때라 낮술 한잔할만한 식당은 아직 문열지 않았고, 결국 어느 냉면집에서 녹두전과 막걸리 한병을 혼자 아무 말없이 말끔히 비웠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술냄새 폴폴 풍기며 헤드뱅잉으로 마무리.
— 북한산둘레길에서